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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천만 관객 시대를 이끌며 '흥행 대국'으로 불리던 한국 영화시장. ‘명량’, ‘극한직업’, ‘범죄도시’ 시리즈 등 수많은 흥행작들이 연달아 탄생하며 산업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 컸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극장가는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고, 한국영화의 평균 관객 수와 총 수익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과거의 대표 흥행작들과 현재 한국 영화시장의 하락세를 비교하며, 변화된 환경과 그 원인을 짚어보겠습니다.
천만 영화 시대의 상징, ‘명량’과 ‘극한직업’
2010년대 중반은 한국 영화의 황금기였습니다. 특히 2014년 개봉한 영화 ‘명량’은 1761만 명이라는 전무후무한 관객 수를 기록하며 천만 영화 시대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 영화는 이순신 장군이라는 국민적 영웅을 소재로 했고, 장대한 해상 전투씬과 배우 최민식의 연기력, 그리고 국가적 자긍심이라는 정서가 맞물리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적 지지를 이끌어냈습니다. 이후 2019년에는 ‘극한직업’이 유쾌한 코미디와 장르적 신선함으로 1626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습니다. 특히 이 작품은 무거운 주제 없이 단순한 웃음 코드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상업 영화의 방향성을 새롭게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천만 영화들은 당시 산업 구조에서 제작비 대비 수익률도 매우 높았고, 후속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영화들은 대부분 극장 중심 수익 구조에 의존해 성공을 거뒀습니다. 티켓 판매만으로 제작비를 회수하고, 부가 수익은 보너스처럼 작용했죠. 그만큼 극장의 흥행력이 절대적이었고, 관객도 영화관을 자주 찾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현재 시장의 하락세와 ‘범죄도시’의 선방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시장은 급격한 하락세를 맞이했습니다. 2020~2021년은 전례 없는 극장 폐쇄 및 관객 수 제한으로 산업 전반이 위축되었고, 2022년 이후에도 회복세는 매우 더딘 상황입니다. 그나마 일부 시리즈물, 특히 ‘범죄도시 2’와 ‘범죄도시 3’가 선방하며 간신히 한국 영화의 흥행 체면을 유지해주고 있습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강력한 캐릭터와 통쾌한 액션, 그리고 관객 친화적인 스토리로 팬덤을 구축하며 성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조차도 1,000만 관객을 넘기지 못한 점은 현재 시장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이제는 콘텐츠가 아무리 뛰어나도 관객 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 과거의 흥행 수치를 재현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OTT 플랫폼의 확산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에서 시청하면서 ‘극장 관람’이라는 문화 자체가 위축되고 있습니다. 이는 곧 티켓 매출 감소로 이어지며, 한국 영화산업 전반의 수익 구조에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변화한 관객, 변하지 않은 제작 구조
현재 시장의 침체를 이해하려면 관객의 변화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단체 관람, 가족 관람, 커플 관람 등 극장 문화가 사회생활 일부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관객은 보다 편리하고 저렴한 OTT를 선호하게 되었고, 이는 극장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영화 제작 구조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전히 대형 자본은 극장 흥행 가능성 위주로 프로젝트에 투자하며, OTT용 콘텐츠와 극장용 콘텐츠 간의 기획 차별화가 미흡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극장 중심의 배급과 수익 구조에 의존하는 구태의연한 시스템도 여전히 남아 있어,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관객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제작과 배급 시스템은 기존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콘텐츠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유통 전략의 다양화와 관객 맞춤형 콘텐츠 기획이 동반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 된 것입니다.
‘명량’과 ‘극한직업’ 같은 과거의 흥행 신화는 더 이상 쉽게 반복되지 않습니다. 한국 영화시장은 팬데믹 이후 급변한 환경 속에서 관객 수 감소, OTT 확산, 제작 구조 경직 등 여러 가지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제는 과거의 성공 공식이 아닌, 변화한 시장에 맞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합니다. 콘텐츠의 본질은 물론이고, 수익 구조와 배급 방식까지 재설계하는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한국 영화가 다시 도약하려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략적 사고가 절실합니다.